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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엄마’ 이도현 “엄마가 강호 보면서 많이 울었죠”
작성자 : 관리자 2023.06.14

​8일 종영 ‘나쁜엄마’서 7살 아이 연기

 

 

 

 

왜 ‘최강호’가 됐을까? 의아했다. 강호는 뛰어난 검사였다가 사고로 일곱살 지능을 갖게 되는 인물이다.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에서 비슷한 역할이 화제가 됐고, 장애 연기는 자칫 예기치 않은 논란을 부르기도 한다. 이미 주연급으로 올라선 그가 우려를 무릅쓰고 선택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숙제가 많은 역할을 선택하게 돼요. 역할을 표현할 때 과정이 어려워야 재미있더라고요. 세상에 쉬운 건 없겠지만.”

 

<나쁜엄마>(JTBC) 종영 뒤인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이도현(28)은 스스로 “사서 고생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2017년 데뷔 이후 선택한 작품이 늘 그랬다. 2020년 크리처물 <스위트홈>(넷플릭스)에선 괴물이 있다고 상상하면서 연기했고, 2021년 <멜랑꼴리아>(tvN)는 어릴 때 수학천재였다가 크면서 혼란을 겪는 고등학생의 내면을 표현했다. 2020년 <18 어게인>(JTBC)에서는 중년 남성이 몸만 열여덟살이 된 설정으로, 고등학생인데 중년의 말투와 행동을 알게 모르게 드러냈다. 지난해 <더 글로리>(넷플릭스)에서도 눈앞에서 아빠가 살해되는 걸 목격하지 않았나.

 

그러나 일곱살 아이 연기에 비할 바는 아니다. “어린아이들은 정말 활발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잖아요. 그 순수함을 연기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처음에는 세살, 다섯살, 초등학생까지 다양하게 설정을 잡아 역할을 구축해봤는데, 그냥 일곱살이 되어도 최강호는 최강호지 않을까 답을 내렸어요. 무엇보다 (함께 연기한) 실제 여섯살인 ‘예진’, ‘서진’과 같이 있기만 해도 밝아지고 동심으로 돌아가더라고요. 저도 신기해요. 아이들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스위트홈>에서 함께 작업한 이응복 피디는 “이도현은 대본을 단번에 이해하더라”고 했다. 이도현은 “연기하면서 감정을 무조건 표현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걸 배웠다”고 한다. 숙제마다 잘 풀어내는 비결은 작품에 맞게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에 있다. ‘일곱살 강호’도 연기력을 보여주려고 과하게 표현하지 않은 게 오히려 착한 드라마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엄마 ‘진영순’으로 나온 라미란은 <더 글로리>에서 이도현을 보며 넘칠 것 같으면서도 고요한, 그 균형을 잘 맞춘다고 느꼈다고 한다.

 

실제 자신의 상황·성격과 닮은 역할을 많이 맡으면서 시너지가 났다. 데뷔작 <슬기로운 감빵생활>(tvN)에서 야구 선수, <18 어게인>에서 농구 선수로 나왔다. 그도 중학교 때까지 농구를 했다. <나쁜 엄마>는 유독 감정 이입이 됐다. 이도현의 어머니도 신문 배달, 식당 일을 하면서 진영순처럼 어렵게 아이들을 키웠다. “저희 어머니가 볼 때마다 많이 우셨어요. 어머니가 이 드라마 시작 이후 저를 ‘강호’라고 부르기도 하고, 강호가 어떻게 되는지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어머니 과거가 많이 생각나셨나 봐요. 저를 엄하게 키우셨어요. 무조건 공부해야 한다면서 다니기 싫은 학원도 보내고. 제가 큰 뒤 어머니가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어서 몰랐던 것 같애, 미안한 게 많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는 “극 중 엄마(진영순)가 강호를 물에 빠뜨리는 장면 등이 (의도와 달리) 폭력적으로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는데, ‘내 자식이 걸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 마음을 알 것 같다’는 댓글을 보고 안심했고 이후 더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 글로리> 이후 인기를 실감하면서, 오히려 고민이 많아졌단다. “<더 글로리>가 너무 잘 되어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 제3자로 봤을 때 제 역할이 이렇게 사랑받는 게 납득이 잘 안 갔어요. ‘내가 연기를 왜 저렇게 했지?’ 이런 생각만 들었으니까요. 칭찬을 받아도 되는 건지 몰라서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죠.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 부족하다며 끊임없이 채찍질을 한다. 눈 뜨면 밖에 나가 뭐라도 해야 하는 성격이어서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입대를 앞둔 지금도 뮤지컬, 영어 등 연기에 도움될 것들을 채우고 있다.

 

“그래도 이제는 저한테 칭찬을 많이 하려고 해요. 그동안 4~5년 모질게만 대한 거 같아서. ‘그때 잘했나 보다’, ‘열심히 했네’ 저를 다독이고 있어요. 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기 쉽지 않잖아요.”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고 믿는 그는 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왔다. “주연”에 이어 “영화”의 꿈은 개봉 예정작 <파묘>로 이뤘다.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른 살이 넘었을 때 제 모습이 궁금해요. 빨리 나이 들고 싶어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